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네요!!!~~>_<
저는 올해 7월부터 박코치님과 훈련해 왔고, 이번 달부터 기본1반 트레이너가 된 김X지입니다. ^^
안정된 직장을 다니며 뚜렷한 꿈없이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다가, '이대로 살면 안되겠다 '싶어 박코치님 수업을 듣게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세계여행]을 목표로 잡고 훈련하던 전, 어느날부터 [외국인과 민감한 주제로 토론하여 토론에서 이기기]로 목표를 상향조정하고, 훈련을 해왔습니다.
트레이너가 되고 보니, 팀원들에게 좀 더 많은 걸 알려주고 도움을 주려면 우선 제 실력향상이 급선무라는 걸 깨닫고,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영어가 늘 수 있을까? '를 고민하던 중, 외국인과의 대화경험을 갖는다면 제 발음이나 표현의 문제점을 깨닫게 되어 더 빨리 영어가 늘거란 생각에 외국인 친구사귀기에 돌입했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모카페에서 외국인친구사귀는 정모가 열린다기에 동생을 데리고 갔습니다.
정모장소인 호프집에 들어서는데 심장은 어찌나 쿵쾅쿵쾅 뛰던지....
지하철에서 헤매는 외국인을 봐도, 길을 몰라 사람들에게 "Excuse me! "를 외치던 외국인을 봐도 혹여나 나한테 말을 걸까봐 고개를 숙이고, 피하기 바쁘던 저인데... 지금이라도 도망갈까 망설이다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들어갔습니다.
[Chris]란 이름표를 달고, 맥주를 마시러 테이블에 다가가자, 방금 온 듯한 외국인 3명이 서 있었어요.
그 중에 Dan이라는 아주 키가 큰 캐나다인이 저희에게 먼저 말을 걸었답니다.
"Hello~! "
어? 왠일이죠? Hello란 말과 함께 친근한 미소를 짓는 Dan. 그를 보자 제 긴장감이 봄 눈 녹듯이 녹으면서 마구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어요. 긴장이 풀리니까 그들 말을 거의 알아듣겠더라구요. 리스닝이 안되는 부분도 눈치코치로 알아듣고요. 일단 자신감이 생기니 그냥 떠오르는 말들을 마구마구 내질렀습니다. 제 입에서는 그 동안 연습했던 프렌즈대사들이 변형되어 나왔어요. 너무 신기했습니다!!!
서로 자기 소개를 하고, 취미를 물어보고, 어떻게 이 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말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language exchange partner를 구한다고 하자, 그들도 그렇다며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습니다.
Dan은 한국에 온 지 4년된 영어선생님으로, 한국말을 잘 했어요. 별명은 테디베어, 등산을 참 좋아하고, 이효리팬이랍니다.
Rob은 한국에 온지 9개월됐고, 한국말은 쪼끔...할 줄 알았어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까지 다루는 로맨틱가이~
Randy는 한국에 온지 1달됐고, 한국말은 전혀 못해요! 어제 한국말 몇 마디를 가르쳐주니 너무 좋아하더군요. 저랑 동갑이고(international age로 23살~), 해리포터를 아주아주 똑 닮았습니다.
화제는 정말 무궁무진!!!
시간이 지날 수록 화제가 떨어져서 뻘쭘하게 있다가 가버리는 한국분도 몇몇 계셨는데요.
저희는 날씨나 취미를 넘어 프렌즈 얘기, 다이어트, 한국가수와 외국 가수에 대한 이야기, 가라오케와 노래방의 차이점, 나이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 한국의 술과 사내 술문화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도 하고...정말 빈틈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제가 맥주 한 잔만 마시고 그 다음부터는 웰치스 포도맛만 홀짝 거리고 있자, 자연스럽게 술에 대해 얘기하게 되었구요.
제가 알콜분해효소가 없어 술을 못 마신다고 하자, 놀라면서 한국에 술 못마시는 사람도 있냐며 농담을 하더군요.
소+맥이 폭탄주의 일종이고, 폭탄주의 종류를 얘기해 주니 매우 재밌어 했습니다. 그 와중에 숙취가 hang over라는 걸 알았네요.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전 positive하고, optimistic한 사람이 좋지, negative한 사람은 싫다고 하자, 모두들 동의하더라구요.
제가 한국말로 [긍정적인]과 [부정적인]을 가르쳐 주자, 어설픈 발음으로 따라하면서 외웁디다. ㅋㅋㅋ
그들에게 한 차례 한국어 발음교정을 시켜준 뒤에, 제 영어 발음 좀 교정해 달라며 졸랐습니다.
그들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발성법이 워낙 달라서 서로의 언어를 익히기가 매우 힘들다면서도...
[apple], [health],[throat] 를 가르쳐 줬어요.
사실 학생들이 물어보면 아무리 해도 도저히 교정이 안되서 그냥 잘한다고 말해준다네요.- -;;;;;
그리고 한국말은 목을 많이 써서 좀 많이 말하면 목이 다 쉬어버린다고 한국어사용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더라구요. ㅋㅋ
동생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자 놀라는 해리포터 Randy!
젓가락을 가르쳐 주는 데 발음이...꼭 [저..ㄷ까라]로 들리는 것이;;;;;
잘못 발음하면 큰일난다고, [fuck you!]와 맞먹는 뜻이라고 설명해주고...
좀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하는 Dan에게는 지난달 프렌즈의 [우나기]에서 "Crotch "를 배운 덕분에
[if you say to someone "저..까..라 ", it means I 'll kick your crotch.] 라고 설명해 줬어요.
그 다음부터 자연스럽게 미국과 한국의 욕에 대한 얘기로 넘어갔고요!
예상외로 한국 욕을 가르쳐주니까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그래서 미친놈, 개새끼, 나쁜놈 중 어느 표현이 가장 과격한 표현인지 알려주었답니다 ㅋㅋㅋ
특기에 대한 화제로 넘어가서 Rob이 피아노를 친다기에 로맨틱가이라고 말하며 한국여자는 피아노치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막 칭찬해주자, 옆에 있던 Dan이 자기는 드럼을 잘 친다고 하더라구요.
한국 여자가 드러머를 좋아하냐는 Dan의 물음에 제가 대답을 못 하자, 시무룩해지더라구요 ㅋㅋ
또 지난달에 배웠던 뉴스 토픽을 이용해서 Dan을 위로해주었습니다.
[even though the lead singers get the most chicks, I know the fact that the drumers keep it all together]
신기한게 정말 수십, 수백번 연습한 문장은 말해야 겠단 생각과 동시에 바로 나오더라구요.
제가 이렇게 말하니까 놀라는 동시에 막 좋아하면서 그렇다고 Drumer가 가장 중요하다고 으시대더라구요.
옆에서 Randy는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드럼을 그만두고, 리드싱어를 해야한다고 놀리고요. ㅋㅋㅋ
해리포터 닮은 훈남 Randy와는 소설얘기를 하면서 친해졌는데요.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너무 좋아한다는 말에 주머니에 있는 하루키 책을 보여주면서 자기도 넘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상실의 시대 원제인 노르웨이의 숲 덕분에 하루키를 좋아하게 됐다고 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됐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작가의 책은 읽어보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서로 책추천을 해줬습니다.(Randy가 추천해 준 책은 미국작가의 책인데, 책 설명은 알아들었는데, 결정적으로 작가이름을 못 알아들었습니다. ㅠㅠ)
또 음악에 대해 얘기를 하는데, 제가 어렸을 때 피아노학원 선생님이 제게 음악적 재능이 없으니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한 얘기를 해주자, 그런 사람은 교육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광분하면서 [누구든지 10,000시간 동안 꾸준히 연습하면 그 분야의 마스터가 될 수 있다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오잉? 혹시 너 브라이언 트레이시 쌤 아냐고 물어보니, 그런 분은 모르겠고, 자기가 어디서 들었고, 항상 그 말을 생각하며 노력한다고 하네요.
저도 10,000시간 연습해서 영어를 잘 하고 말거라고 하니, 물론 넌 네이티브처럼 잘 할거라고 하면서 북돋아 주더라구요.^^
정말 생각도 얼굴만큼 훈훈한 청년이더라구요.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드는 동안 호프집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이 다가왔고,
Randy는 먼저 나가고, Rob과 Dan과 한국인 Toy와 저와 동생은 포장마차에 들러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맨 마지막에 남은 떡볶이를 Dan이 먹자, 저는 그걸 "돗대 "라고 한다는 걸 알려주었어요.^^
전철이 끊길 시간.....
신림까지 가야 하는 데 신도림행 열차가 막차였습니다.
신도림에서 내려 택시를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대림까지 걸어가는 데 어찌나 춥던지...